세계인권선언 57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북한인권 국제대회가 개최됐다. 전세계 인권운동가 및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한인권 실태를 점검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북한인권 콘서트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깊은 대회였다. 특히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된 시점에서 이 문제에 누구보다 연관이 있고 책임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개최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유엔총회에서 대북인권 결의안이 채택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또 기권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주도 하에 이같은 대규모 북한 인권 국제대회를 치르게 됐다는 것은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첫째,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보호와 신장이라는 점에서 누구도 이를 부인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원초적 문제이다. 북한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폭압적 인권유린 국가 중 하나다. 그것은 비단 개인에 대한 반인권적 통제 수준이나 처벌의 가혹성을 넘어 체제 전체가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특정 이데올로기와 이해 관계에 종속되도록 구조화된 북한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북한인권 보호와 개선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북한정부 당국에 있고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대북 인권 결의안도 북한정부를 상대로 자국민에 대한 인권 보호와 개선을 촉구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에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는 데 대해 북한당국은 실질적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 분단과도 직결돼 있다. 남북 분단은 남과 북 모두에게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체제 경쟁 및 체제 보존이라는 부담을 안겨 줬다. 체제 유지를 위해 사회안전이나 국방 등 관련 분야에 과도하게 역량을 집중시켜야 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경제생활 등 생존권적 인권이 소홀히 취급되거나 희생되기도 했다. 북한의 식량난이나 에너지난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것도 이러한 분단과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분단과 체제 유지를 위해 인간의 자유권적 기본 인권이 제약되고 유린되는 일도 다반사로 자행되고 있으며 이에 관한 한 북한 실정은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 남한 사회가 그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을 북한에도 적용하고 촉구해야 할 시점이다.
셋째,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체제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 드러난 주변국들의 역학 관계와도 무관치 않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동북아 지역의 핵심적 위치에 놓여 있어 미ㆍ일ㆍ중ㆍ러 4대국 모두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60년 전 해방과 동시에 분단됐을 때부터, 6ㆍ25 전쟁과 냉전시기, 그리고 다시 탈냉전 시대에도 여전히 북한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같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에 앞서 자국 이익을 위해 북한 체제를 규정하는 한 북한인권의 근본적 해결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주변 4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생명권 차원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당국은 무모한 핵개발 등 모험주의를 청산하고 진정으로 주민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한 개방과 개혁 정책을 적극 도모하는 한편 개인의 자유권을 보호, 신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폭압적이고 가혹한 통제장치를 스스로 완화하고 폐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남한 정부나 각계각층의 시민단체들은 북한의 인권 보호와 개선을 위해 남북관계의 지렛대를 적절히 활용해 북한 당국의 변화를 유도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문제를 공개적으로 천명함으로써 고립된 북한 인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 당국이 보편적 기준에 합당한 인권 보호와 개선 노력을 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수교조건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명시하고 지속적으로 감시, 권고하는 자세는 여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들이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북한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똑같은 공산주의국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인권에 관한 전향적 자세로 전환할 것을 더욱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인권 국제대회를 계기로 향후 국적과 인종, 종교와 이념을 떠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란 씨앗이 북한 땅에도 뿌리내리고 열매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