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모 교수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황우석 신드롬'에 온 나라가 들떠 있다. 언론 매체들은 연일 그를 특집으로 다루고 그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와 넘어야 할 난제들을 양념처럼 짚기는 하되, 문제의 핵심은 비껴가고 있다. 이 분야의 기술 선도국이 된 우리 정부는 인간 생명을 담보로 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한 검토는 뒤로한 채 거액의 연구비를 제공하고 경찰 경호를 붙이는가 하면 줄기세포은행 설립을 약속한다. 찬양 일색의 사회적 분위기에 짓눌려 정당한 토론은 질식 상태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혈관성 난치병 치료 임상시험의 대규모 성공사례가 발표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9일 "뇌경색, 버거씨병 등 혈관성 난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치료를 실시한 결과 74명 중 64명의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치료 성공 사례가 몇 번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많은 수의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높은 성공률을 거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뇌경색 등 난치병의 성체줄기세포 치료 상용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성체줄기세포는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 중인 배아줄기세포와는 다르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가톨릭교회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분명히 반대하지만,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는 찬성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지난 6월4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밝혔듯이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 복제와 인간 생명체 파괴라는 반생명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신앙에 대립"하는 것이다. 배아는 생명이다. 우리 모두가 배아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반 생명 행위이며 성체줄기세포 연구로써 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는 제목의 강론자료를 통해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가톨릭교회가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난치병 퇴치를 위해 가톨릭교회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성체줄기세포가 윤리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을뿐더러 안정성이 탁월하다는 이유에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인간복제와 구분할 때 흔히 세라퓨틱 클로닝(therapeutic cloning) 즉 치료용 복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용어가 선량한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치병 치료제가 아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실험실의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는 체세포 핵이식 연구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 배아줄기세포가 장래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안전성 확보, 임상시험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0년 전 세계적인 기대 속에 수많은 인력과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던 유전자치료제 개발 프로젝트가 결국 실험실의 연구 단계를 넘지 못하고 사그라지고 말았던 일이 있었다. 유사한 일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좋건 싫건 줄기세포는 이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화젯거리가 됐다. 무릇 가톨릭 신자라면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를 구분하고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로마 교황청을 비롯한 전 세계 10억 가톨릭교회가 일치된 목소리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