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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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06. 08발행 [727호]
 
향기로운 사람들-서울 중계동본당 우명순씨

장애인 주일학교 교사로 향기 나눠


"사람은 향기를 지니고 산대요, 그리고 그 향기를 피우면서 살고요. 나…, 그 사람의 향기를 알아요."(영화 '동감' 대사 중)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향기가 그립다. 세상은 재테크, 증권, 돈, 생산성, 경쟁, 성공, 투자 같은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진한 향기가 아니어도 좋다. 그 향기가 없으면 세상이 밋밋해지는, 그런 향기를 맡고 싶다.

평화신문은 평범한 신앙 이웃들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향기들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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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19년째. 우명순(리디아,47,서울 중계동본당)씨는 쇼핑 이외엔 외출이 거의 없는 평범한 주부다. 그가 오늘은 화장대 앞에 오래 앉아 있다. 손놀림이 바빠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그는 가야할 곳이 있다.

서울대교구 7지구 장애인주일학교 교사. 그가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직함이다. 정신지체인, 뇌성마비 장애인…. 명순씨는 오늘 9살부터 37세까지의 장애인 10여명과 함께 '생크림 샌드위치'를 만들 계획이다. 식빵, 버터 등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시간이 늦었다. 허겁지겁 화장을 끝낸 후 급히 집을 나섰다.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7지구장좌 노원성당. 교리실엔 장애인 학생들로 북적댔다. "자 이제부터 우리 손으로 음식을 만들 거예요." 희망사항이었다. 소리 지르고, 울고, 책상을 치고, 바닥에 눕고….

아이들의 얼굴은 금새 생크림과 빵 등 요리 재료들로 뒤범벅이 됐다. 교리실은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명순씨와 교사, 봉사자들의 얼굴은 환해져 있었다.

명순씨가 장애인 주일학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5년, 수유동본당에서였다. 특수교육학과를 나와 특수교사 자격증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코 꿰인(?) 이유다. 자격증만 있었지, 교리에는 자신이 없었다. 무엇부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기도를 위해 두손을 모으게 하는 것조차도 장애인들에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일반 아이들에게는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성호긋기와 미사 참례하기 등을 훈련시키기 위해선 엄청난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오직 하느님만 믿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1998년 가을, 그날의 감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3년동안 교리를 가르친 장애인들이 첫영성체를 하던 날, 명순씨는 눈물을 흘렸다. 펑펑 울었다. 그것은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참 사랑'에 대한 체험이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이었음을 그날 깨달았습니다.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려다 부모님의 반대로 특수교육학과를 나온 것, 계성여고 시절 세례를 거부하다가 우연히(?) 세례를 받게 된 것, 하느님이 세례 후 10여년 동안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게 하면서 모난 돌을 둥근 돌로 만들어 주신 것, 모두가 하느님의 안배였습니다."

명순씨는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주일미사 거르지 않는 평범한 신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느님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명령에 소박하게 순종한다고 했다. 명순씨의 향기는 그래서 진하지 않다. 다만 끊이지 않고 멀리갈 뿐이다.

오후 6시. 교리와 교사 회합이 모두 끝났다. 명순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인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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