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 등의 신조어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단면을 보여준다. 신체가
건강하고 스펙(구직자의 학력ㆍ학점ㆍ토익 점수 등을 합해 이르는 말)이 아무리 좋아도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세태가
이렇다보니 장애를 지닌 청년들의 취업난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애인들이 겪는 '소외 속의 소외'가 취업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정부와
대학에서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장애 청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기업들에 부과된 장애인
의무고용 할당제가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도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 취업난 현실을 들여다본다.
김정호(대건안드레아, 26)씨는 '이태백'이라 불리는 청년 실업자다.
연세대 경영학과(02학번) 졸업, 경제학 복수전공, 학점 3.5/4.3, 토익 935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IBM 장학생, 동아리 회장 역임, 일본 연수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2년 가까이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체 최종 면접까지 올라간
게 수십 번이다. 하지만 합격을 통보해 준 곳은 한 곳도 없다.
'만일 내가 비장애인이었더라도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김씨는 지체장애 2급 뇌병변 장애인이다. 그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이제는 더
발버둥친다해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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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느 대학생도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높은 취업문턱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김정호씨. |
# 남들보다 2, 3배 노력했는데
"물론 비장애인(정상인)과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타자
속도가 느려요. 언어소통 문제로 전화업무 같은 것도 힘들고요. 그러나 그런 일부분으로
제 능력 전체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건 억울해요."
김씨가 채용시험 과정에서 특별히 혜택을 받은 것은 없다. 필기시험 볼 때
시간을 더 배정받은 적도 없다, 사인펜으로 직무적성검사 답안지를 쓸 때 도움을 받은 게 전부다.
1박 2일 합숙면접도 특별한 도움 없이 거뜬히 해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합격증은
날아오지 않았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았어요. 일상 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제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채용하면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것 같아요."
김씨는 공기업의 장애인 대상 사회형평성채용에도 지원해봤지만 막상 면접에
가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보다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지체장애인인 자신은 서류전형에라도 통과할 수 있었지만 주변의 청각장애
동료들은 서류조차 낼 기회가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인턴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물론 인턴 기회를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서 기업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시키라는 것이다. 또 인턴을 통해 실제 취업했을 때 일과 조직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라고 했다.
# 절망적인 장애인 취업 현실
하지만 그는 이내 "정말 진심을 말해볼까요?"라며 다른 충고를 이어갔다.
"사실 저같은 중증장애인들은 다른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더 열심히
공부해서 유학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미국 등 선진국은 장애인이 불편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거든요. 아니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전문분야로
방향을 잡던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그는 한숨을 쉰 뒤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대학 신입생 시절에 만난
선배 얘기를 꺼냈다. 자신과 장애 정도가 비슷한 그 선배는 여러 면에서 비장애인들보다
뛰어났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나는 선배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여느 대학생도 부러할만한 경력이 그의 노력을 증명한다.
김씨는 조만간 고향에 내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 장애인 취업 현황과 도움말
준비하고 당당히 취업 문 두드려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5년 장애인 취업자 비율은
34.1%다. 여성 장애인 취업률은 20.2%.
그나마 공공부문 장애인 고용률이 2000년 1.48%, 2005년 2.25%로 상승추세다.
정부와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2%)은 초과 달성된 상태. 오는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해당 사업자와 학교 등은 장애유형 및 정도, 특성에 맞는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 구직자는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취업알선 담당 맹경숙 대리는 "공단을 찾는 장애인들은
장애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을까봐 겁부터 먹는다"며 "장애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장애여성문화공동체 김미연 대표는 "고학력 미취업 장애인 문제도 심각하다"며
"대학에 진학한 장애인들은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3, 4학년이 돼서야 진로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은 취업이든
진학이든 상대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안타깝다"며 "장애학생들은
더 빨리 시작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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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 모범기업 - (주)우광테크
장애인 고용률 오르니 매출도 올라
각종 전력 부품을 만들어 한국전력공사 등에 납품하는 (주)우광테크(대표 안동섭,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는 직원의 80%가 장애인이다. 전체 직원 28명 가운데 23명이
지적장애(20명)ㆍ정신장애(1명)ㆍ지체장애(2명)를 갖고 있다.
이 기업이 반신반의하면서 장애인을 처음 고용한 것은 2002년. 비장애인을 고용해도
불량품이 나오기 마련인데, 장애인이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고, 비장애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반복훈련을 통해 일을 배운 장애인들은 자신의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해
나갔다. 이들의 성실한 근무태도에 반해 비장애인들 시선도 바뀌었다.
3주간 훈련기간을 둬 업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난 다음 정식채용하는
'지원고용' 제도도 이들의 적응을 돕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장애인이라고
대우를 더 해주거나 덜 해주는 것은 없다.
안 대표는 "장애인 고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있는 데다, 장애인과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6년째 근무하는 정진(30, 지적장애)씨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며
"회사에 다닌 후 가족들도 좋아하고 보람도 있다"며 기뻐했다.
2006년 표준사업장(근로자의 30% 이상 장애인 고용)으로 선정된 우광테크는
지난해 장애인고용우수사업체로 선정되는 한편 노동부장관 표창, 인천시 지정 유망
중소기업상 수상 등 상복이 터졌다. 매출도 160% 상승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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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의 80%를 장애인으로 고용한 (주)우광테크에서 장애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