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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8. 31발행 [984호]
 
[지금 우리 교회는] 성당 건축(하)

교구 차원의 전문, 실질적 지원 절실


집 없이 살 수 없듯이 교회 또한 성당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신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새 성당을 세워야 하고, 기존 성당도 낡으면 새로 지어야 한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고, 짓는 과정에서 고생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꼭 지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성당 건축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교구 차원의 건축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교회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교구 차원의 성당 건축 전담 기구를 두고, 교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당 사제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교구가 교구 건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건축위원회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열리는 비(非)상설 기구로, 그 역할이 본당에서 제출한 신축 성당 설계도면을 심의하는 데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과 관련된 구체적 지원이나 관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3년 막을 내린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 나온 전담 기구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건축 전담 부서는 건축물에 대한 설계 심사와 공사 입찰, 그리고 감리에 이르는 건축 전 과정을 일선 사목자와 함께 조정함으로써 건축 예산의 누수를 막고, 보다 전문적으로 성당을 건축하고 보존하는 일을 맡는다."(교회운영 26항)

 또 성당 건축 과정에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성당 건축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촘촘하게 한눈으로 보여주는 '성당건축 지침서'다. 현재 수원교구와 인천교구 등이 교구 차원의 건축지침서를 갖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는 현재 매우 상세한 세부 지침들을 담은 '성당건축 지침서'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 성당을 신축한 A 신부는 "믿을 수 있는 설계사무소나 시공업체에 대한 목록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구 차원에서 성당 건축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은 건축 지침서와, 모범이 될만한 성당 건축 사례들을 제공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관리국 김양주(요셉) 차장은 "교구 차원에서 성당 건축 경험이 있고, 믿을 수 있는 건축 관련 업체들을 선정한 다음 그 회사들만 건축 공사 입찰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건축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축 전담 기구가 활성화되면 본당 사제는 건축비를 마련하는 데만 신경쓰고, 건축 자체는 교구에 맡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본당 사제는 건축 과정에 참여는 하되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사목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다. 건축 과정에 수반되는 시행착오를 절대적으로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수원교구가 최근 신설한 건설본부가 바로 이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기사 참조>

▨건축비 부담을 줄이려면

 사실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찾기 힘들다. 공사비를 적게 들이면 부실 공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성당을 짓지 않으면 건축비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본당은 신설하면서도 성당은 짓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을까.
 '공동사목'이라는 대안이 있다.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공동사목은 하나의 성당을 여러 본당이 함께 사용하는 것. 쉽게 말하면 '한 지붕 세 가족'이다.

 공동사목 제도를 도입하면 본당을 여러 개 신설하더라도 같은 성당을 사용하기에 성당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다. 신축 부지를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구한다 해도 부지 구입비와 건축비가 천문학적으로 드는 대도시에서 매우 유용한 사목 제도라고 하겠다. 자기만의 집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정서상 공동사목이 뿌리내리는 데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축비 부담을 줄이는 데는 이만한 제도가 없다는 평가다.

 건축비 모금을 오랜 기간을 두고 하는 것도 건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2년 전 성당을 완공한 B 본당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본당은 본당 신설 이후 15년 가까이 신축기금을 모았다. 교무금과 건축헌금을 함께 내는 식이었다. 그동안 임시 성전을 사용했지만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너무 오래 기간 건축기금을 모으느라 신자들이 지치기도 했지만 덕분에 별다른 빚 없이 성전을 지을 수 있었다. 주임 신부는 건축헌금 내라고 신자들을 독촉하지도 않았다.

 이 본당 주임 신부는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신자들이 성당에서까지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단기간에 돈을 모아 성당을 짓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긴 안목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도 한 방법이다. 기존 낡은 성당을 리모델링하거나 다른 건물을 구입해서 성당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신축보다는 건축비가 적게 들어간다. 서울대교구 송파동ㆍ잠실5동ㆍ대치3동 성당 등이 다른 용도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신설 성당 건축비를 신설 본당을 분가시킨 모(母) 본당에서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박선용(서울대교구 반포본당 주임) 신부는 "사제가 사목에만 전념하게 하려면 성당 신축은 전적으로 교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본당을 신설할 때 신설 본당 신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모(母) 본당에서 건축기금을 모아 성당을 지은 다음 분가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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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이 성전 신축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사목에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돕겠습니다."

 지난 5월 수원교구 초대 건설본부장으로 임명된 최중인 신부가 밝힌 포부다. 교구 건축위원회 위원으로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최 신부는 현재 한양대에서 건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건축 전문가.

 건설본부는 교구 차원에서 건축 경험이 있는 인적 자원을 중심으로 성전 신축을 관리ㆍ감독하는 것은 물론 건물 이력까지 관리함으로써 성전을 효율적으로 짓고 사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기구다.

 "사제가 성당을 짓다 보면 사목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건축에 신경을 덜 쓰면 사목방문도 더 다니고 사목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 결과는 건축 후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재정적 어려움이나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어 겪는 어려움과는 또 다릅니다."

 최 신부는 "수원교구에서 매년 5개 내외의 본당이 신설ㆍ신축될 뿐 아니라 20~30년 이상된 노후한 성당도 많다"면서 "증ㆍ개축 또는 유지ㆍ보수가 필요한 성당이 늘어남에 따라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건설 사업이 필요하다"고 건설본부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중요한 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물 이력이 관리되면 전기선이 어디 깔려 있는지 몰라 새로 깐다거나 손볼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수리를 해서 재정이 낭비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옷도 닳으면 갈아입어야 하듯 성당도 때가 되면 페인트칠을 하고 청소를 해줘야 하는데 인식 부족으로 건물이 없어질 때까지 그냥 두는 경우도 있고요."

 9월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건설본부는 총무부와 사업부를 두고, 사업부 산하에 신축팀, 유지ㆍ보수(이력관리)팀, 전산업무팀을 둘 예정이다. 사업부 직원들은 현장에서 공사 감독관 역할을 하게 된다. 경력 있는 전문가를 뽑아 교회 정신에 맞는 교회 건축이 되도록 별도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직 건설본부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조율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전제한 최 신부는 "성당 신축은 본당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참여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건설본부는 본당의 위임을 받아 돕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건설본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축가는 그 지역 문화와 특성을 모르고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인 사제와 신자 입장에서는 예술성과 실용성이 적절히 조화된 것을 원하지요. 합리적 성당 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민경 기자 sofia@

 

▲ 성당 건축에 따른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구 차원의 건축 전담 기구를 두고, 교구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백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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