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길 수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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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7. 17발행 [1126호]
 
[영성의 길 수도의 길]-(41)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기도하고 일하며 교회와 세상에 그리스도 증거

하루 다섯 차례 성당에 모여 하느님 찬미하며
출판 비롯 목공과 금속, 초, 유리화 공예 등 소임.
본당사목과 피정의 집 등 영성지도와 교육도 활발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장. 촛불 5개는 5대양을, 배는 선교를, 물결 모양 W는 왜관수도원의 영문 첫 글자를 각각 상징한다. 아래 라틴어 글귀는 주지하다시피 '기도하며 일하라(Ora et Labora)'는 베네딕도회 모토다. 문장은 전 세계에 복음을 선포하려는 선교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온종일 내리던 장맛비가 잠깐 그친 사이 왜관역에 내렸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성 마오로 쁠라치도 수도원(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아늑한 읍내를 걸어 수도원에 이르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옛 왜관성당을 지나 수도원으로 접어드니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아 2009년에 신축한 웅장한 성당과 수도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일의 삶 가운데서 자신을 죽이는' 순교 영성과 자아포기의 삶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 수도원은 중정 너머로 성당과 이어져 있다.

   #기도와 노동이 수도원 일상

 수도원 일상은 기도와 노동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하루 다섯 차례 성당에 모여 공동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각자 소임에 따라 일터에서 노동을 한다. 특히 독서기도와 아침기도, 아침 묵상, 미사, 낮기도, 저녁 묵상, 저녁기도,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끝기도로 새벽 5시부터 밤 8시까지 이어지는 기도는 수도생활의 정수다. 그 삶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라는 베네딕도회 모토에 함축돼 있다.

 왜관수도원이 교회, 나아가 사회와 만나는 가장 큰 접점은 역시 분도출판사(사장 선지훈 신부)다. 내년에 설립 50돌을 맞는 분도출판사를 통해 왜관수도원은 국내 성서학 및 신학 저술의 저변을 넓혔다. 그 사이 신간만 960여 종을 내놓았다. 인쇄소에 들어서니 편집 기획부터 시작해 제판과 인쇄, 제본으로 이어지는 일련 과정이 외주 없이 이뤄지는 분도출판사의 저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켓용에 4ㆍ6판, 4ㆍ6배판 등 크기와 용도가 다양한 새 성경이 막 제본을 끝내고 잉크 냄새를 풍긴다. 각종 신학서적에서 문학서, 일반 단행본, 심지어는 낱장 인쇄물까지 없는 게 없다. 여기서 1년에 찍어내는 책만 해도 100만 부에 이른다.

 인쇄소를 안내하던 지석영(베르나르도) 수사는 "하이델베르크사 4색 컬러 인쇄기에서 재단기, 접지기, 사철기, 정합기, 무선철기까지 다 최신식으로 설비를 갖췄다"며 "이처럼 좋은 설비를 갖춘 건 성경을 찍는데 교회에서 최고로 찍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분도출판사의 제본은 독일인 마이스터 수사들 기술에서 유래돼 정평이 나 있다. 새로나온 신간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양장본을 제본하는 직원들 곁에 지석영(왼쪽) 수사가 함께하고 있다.



 수도원 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쇄소 곁엔 '분도가구공예사'(대임자 이규단 수사)가 있다. 성당 비품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목재 비품을 만드는 그 현장이다. 수도자 2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일하는 삶의 터전이자 수도생활의 연장이다. 톱밥과 함께 자투리 목재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그 사이에 근사한 제대와 독서대, 감실대, 장의자 등이 놓여 있다. 경제논리로만 따진다면 벌써 문을 닫아도 한참 전에 닫았어야 할 공예사다. 하지만 기도하는 집에 필요한 비품을 제작하는 목공소이기에 수도원측은 갖은 정성을 다한다.
▲ 올해로 수도서원 50주년 금경축을 맞은 분도가구공예사 이규단(왼쪽) 수사가 직원들과 함께 성당 비품을 제작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공소를 둘러보다가 성물제작실, 금속공예실로 향했다. 성물 제작실을 맡고 있는 김신규(이냐시오) 수사는 마침 외출했다기에 잠깐 제작실에 들러 수사들을 형상화한 재밌는 토우와 성물을 보다가 곧바로 금속공예실로 향했다. 감실 제작 소임만 10년째인 김정배(이레네오) 수사는 "디자인에 따라 기본 틀을 만들고 거기에 동판을 씌우고 문양을 새기고 완성하는 주문생산과정에는 굉장한 인내가 필요하다"며 "보통 감실 1개 제작에 3~4주 정도 걸리는데 수도생활 영성하고도 잘 맞아 기도 연장선상에서 일한다"고 귀띔한다. 감실뿐 아니라 성작과 성합, 성반, 촛대 등 금속공예실에서 제작한 미사 도구가 공예실 초입 사무실에 전시돼 제각기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 금속공예실에서만 10년째 일하는 김정배 수사가 최근 제작한 감실을 살펴보고 있다.



   #독일식 소시지 '분도햄' 생산 계획

 수도회 가운데선 유일하게 20여 년째 유리화(스테인드 글라스)를 제작 중인 유리화공예실에선 김한경(리노)ㆍ조종운(쁠라치도) 수사가 한창 900가지 색유리를 재단하느라 여념이 없다. 중세 때 방식 그대로 유리 재단과 납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각 성당이 처한 지리적 위치나 빛의 강도를 반영해 주문생산한다. 오는 7월 말 설치를 끝내야 하는 군종교구 공군 천성대성당 유리화 제작에 한창이다.

 옛 왜관성당 사제관 1층에 자리한 초공예실에도 들렀다. 이영석(요한) 수사는 한창 밀랍 초를 담금질 중이었다. 석유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드는 파라핀(양초)과 달리 토종꿀 생산농가에서 구한 벌집을 녹인 밀랍으로 정제하고 있다. 그래서 밀랍 초는 머리가 아프거나 그을음이 나지 않고 공기정화용으로도 좋아 요즘 성당이나 가정에서 기도할 때 인기품목으로 쓰이고 있다.
▲ 평생을 농장에서 일하다가 최근엔 밀랍 제대 초를 개발, 초공예실에서 일하는 이영석 수사가 성당에서 제대용 대형 초로 쓸 밀랍 초를 담금질하고 있다.



 순대방에도 잠깐 들렀다. 우리식으로야 순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독일식 소시지 생산 현장이다. 왜관수도원 본원 부원장이자 순대방 책임자인 강대봉(알빈) 수사는 수도원 내에서만 먹던 소시지를 '분도햄'이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일반에 시판을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 대구대교구 설정 100주년 행사 당시 3시간 만에 1000개가 다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끈 분도햄은 주된 양념을 독일에서 직수입하되 일반 양념이나 돼지고기는 국내산으로 충당한다. 강 수사는 이참에 '분도식품'도 차려 사업자 등록도 할 구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왜관수도원은 대구대교구 내 본당사목도 맡고 있고,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 수녀원 등 수녀원엔 신부를 파견해 영적 지도를 맡고 있다. 서울ㆍ부산ㆍ요셉ㆍ왜관 피정의 집을 통해 평신도들의 영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대구 대명동 가톨릭 신학원, 가톨릭 교리통신교육회, 왜관 순심 남녀 중ㆍ고교를 통해 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사회사업으로는 분도노인마을과 구미 가톨릭 근로자센터를 통해 양로사업 및 노동사목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 내 북방사도직 활동과 함께 1987년 경기 남양주시 성 요셉수도원 설립, 2001년 미국 뉴튼수도원 인수, 2006년 전남 화순수도원 설립 등을 통해 저변을 넓히며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필요로 하는 곳에 이미 가 있는',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헌신하는' 그리스도 정신의 실천이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영성과 역사

▲ 베네딕도 성인

▲ 안드레아스 암라인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1884년 6월 29일 설립된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지금도 전 세계 베네딕도회 21개 연합회와 5개 자치수도원, 2개 예속수도원 중에서 오틸리엔연합회에 속해 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베네딕토(480~547년께) 성인이 저술한 베네딕토 규칙서를 따르고 △은수자처럼 홀로 살지 않고 공동생활을 하는 '회수도자(會修道者)' 전통에 따라 △하느님을 찾는 삶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자립수도회라는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함께 1884년 독일 보이론수도원 안드레아스 암라인(1844~1927년) 신부가 '안으로는 수도자, 밖으로는 선교사'라는 표어를 내걸고 설립한 오틸리엔 연합회 소속 '선교 베네딕도회(Missionsbenediktiner)'다. 즉 베네딕도회적 수도생활과 전체 교회의 선교사명에 협력한다는 두 가지 요소를 기본사명으로 한다.

 이같은 설립 정신에 따라 기존 교구 내에 수도원을 세우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학교 운영 및 문화예술활동 등을 통해 교구 전체 사목을 돕는다. 특히 기도와 형제애적 사랑 실천으로 하느님을 찾는 이상적 공동체를 형성해 교회와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데 집중한다.

 베네딕도회가 한국에 파견된 것은 1909년 12월로, 서울 백동(현 혜화동) 낙산 아래에 수도원을 세웠다. 한국교회사는 이를 국내 첫 남자 수도회 설립으로 기록한다. 1920년 교황청에서 성 베네딕도회에 원산대목구를 위탁하고 대목구장에 보니파시오 사우어 주교아빠스를 임명하자 1927년 덕원으로 수도원을 옮겼다. 이와 함께 1922년 만주 간도지역이 원산대목구 관할로 들어오자 1928년 연길 수도원을 세웠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종료와 더불어 중국과 북한이 공산화되면서 수많은 순교자를 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을 온 덕원ㆍ연길수도원 수도자들이 1952년 7월 왜관에 수도원을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왜관 본원을 비롯해 대구ㆍ부산ㆍ서울분원과 요셉수도원, 화순분원, 뉴튼수도원 등 분원 6곳이 있다. 회원은 지난 2월 현재 145명에 이른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소모임

 ▲왜관수도원 본원 :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 4시~주일 오후 1시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134의1(본원 상원관),
   ▲서울 분원 :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6시~주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장충동1가 54(서울 장충동 분원)
 문의 : 054-970-2342ㆍ010-8353-2323(왜관수도원 본원), 02-2273-6394ㆍ010-9903-4180(서울 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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