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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8. 14발행 [1129호]
 
[영성의 길 수도의 길]-(43) 성심의 프란치스코 수녀회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작고 겸손한 삶 추구

▲ 성심의 프란치스코수녀회 수녀들이 지난해 12월 첫서원식을 주례하러 수녀원을 방문한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긴 장마가 끝난 뒤 모처럼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다. 밝은 햇살이 내려앉은 노인요양원 '마음의 집'(경남 창원시 도계동) 2층 휴게실에서 할머니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성심의 프란치스코수녀회가 운영하는 마음의 집은 적게는 71살부터 많게는 95살 된 할머니까지 11명이 수녀 7명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햇살같이 따스한 노년을 보내는 곳이다. 수녀들은 가족에게 버림받고 정부 보호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홀몸 어르신들을 한가족으로 맞아들여 임종까지 지극 정성으로 섬긴다. 수녀들의 헌신적 보살핌 덕분인지 어르신들도 표정이 평온해 보인다.

 "처음 이곳에 오셨을 때는 수심이 가득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얼굴이 환해지고 병세도 호전되는 게 눈에 보여요. 그 모습을 볼 때 저희들도 큰 힘을 얻습니다." - 심영길(다니엘라) 원장수녀

 2002년 3월 문을 연 마음의 집은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후원과 자원봉사자들 도움으로 운영하는 무료 양로시설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수녀들의 살림살이는 빠듯하다. 요양보호사를 두지 않고 할머니들 목욕ㆍ식사ㆍ배변처리ㆍ빨래 등을 수녀들이 직접 하기에 인건비가 따로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정기적 후원금만으로는 끼니를 잇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늘 이 집에 '만나'를 내려주신다.

 인터뷰 중 마침 점심시간이 돼 한 끼 신세를 졌다. 정갈하고 푸짐한 상차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닐곱 가지 나물을 넣은 비빔밥에 미역냉국, 양배추 겉절이, 감자전, 과일 등이 차려졌다. 푸짐한 밥상의 비결은 뭘까?

 "아침이면 문 앞에 누가 두고 갔는지도 모르는 쌀 포대나 반찬, 과일 등이 놓여 있고, 때때로 인근 농부들이 팔지 못하는 채소들을 그냥 가져가라고 합니다."

▲ 성심의 프란치스코수녀회 수녀들이 휴게실에 앉아 쉬고 있는 '마음의 집' 할머니 귓불을 간질이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날 식탁에 오른 양배추와 감자도 밭에서 수확하고 남은 것을 말 그대로 수녀들이 '이삭줍기'해 온 것이다. 원장수녀는 "한 번도 어르신들 끼니나 생활비 걱정을 해 본 적 없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이 뭔가 아쉬움을 느낄 때면 하느님께서 항상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채워 주세요. 지난 겨울 가스비 낼 돈이 없어 고지서를 그냥 책상 위에 놓아두었는데 며칠 뒤 어느 신부님께서 돈을 보내주셨어요. 또 얼마 전 세탁기가 모두 고장 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어느 기관에서 뭐 도울 일 없냐고 전화를 했어요. 막내 수녀님은 '부족한 것을 생각만 해도 하느님께서 보내주셔서 말을 입에 올리기 무섭다'고 할 정도예요."

 전 마산교구장 장병화 주교는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섬기는 수녀들의 겸손한 삶에 반해 이탈리아 본원에 수녀 파견을 요청했다. 1989년 7월 22일 한국에 진출한 수녀회는 이후 행려인 무료급식소, 지역아동센터 운영 같은 사도직을 펼쳐왔다.

 "사실 제가 입회 전에 성소를 식별하기 위해 여러 수도회를 찾아다녀 봤는데, 다른 수도회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 수녀는 "가장 밑바닥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거리 여성들이 구원을 받고 공동체를 이루면서 시작된 우리 수도회 전통 때문에 회원들이 더 낮아지고 겸손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원을 나오는데 회보에 실린 설립자 심플리치아노 신부 말씀에 시선이 멈춘다.

 "사랑은 참을성이 있기에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애덕은 가슴 깊이 애통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바라보며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길 원합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 수녀회 설립자 심플리치아노 신부.


수도회 영성과 역사

-간음한 여인 구원한 예수님 사람
-새 삶 원하는 거리 여인 공동체 '마르가리틴'이 모태


이탈리아 작은형제회 소속 심플리치아노 신부(1827~1898)는 수도회 인근 '위로의 병원'에 격리, 수용돼 있는 거리 여인들을 찾아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며 상담해 주고 있었다. 그때 한 여인이 도움을 청했다.

 "제가 비록 죄 많은 여인이오나 이토록 불행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고통의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 안으면 하느님께서 영적 기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심플리치아노 신부는 사회적으로 냉대 받고 윤리적으로 타락한 매춘 여성들의 가련한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온 마음을 기울였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성심의 프란치스코수녀회 설립자 예수 성탄의 심플리치아노 신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예수께서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구원해 주신 성경 내용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여인들에게 그 누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을까?

 수도원 장상과 의논하고 한 일이었지만 젊은 사제가 손가락질 받는 거리 여인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동료 수도자들이나 가장 가까운 지인들이 던지는 따가운 시선은 매우 힘겨운 십자가였다. 또 속된 말로 '기둥서방'이라고 하는 악한 이들에게서 협박도 받았다. 그러나 이를 하느님 섭리로 받아들이고 거리 여인들을 위한 사목을 꾸준히 추진해 나갔다.

 "애덕은 천상의 딸처럼 아름답습니다. 애덕은 모든 이를 포용하며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아봅니다."

 하느님은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준다.(마태 5,45 참조) 거리 여인도 사랑이신 하느님께는 소중한 딸이다. 사랑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심플리치아노 신부는 깨닫고 있었다. 간음한 여인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프란치스칸 영성에 접목한 것이 심플리치아노 신부의 영성 세계다.

 그는 '마르가리틴'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새롭게 살기를 원하는 거리 여성들을 함께 살게 했다. 그리고 이에 맞는 생활 규칙을 만들어 주고 수예와 재봉, 공예 등 기술을 가르쳤다. 비오 9세 교황은 심플리치아노 신부를 "모든 막달레나를 천국으로 데려가려는 사람"이라 부를 정도였다.

 거리 여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손가락질 받는 사람들에 속한다. 많은 이들의 냉대를 받는 만큼 그들 영혼의 상처는 깊고 아프다. 그러나 죄가 무거울수록 회심했을 때 받는 은총도 크다. 실로 이 여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한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놀랍게 변화했다. 밖에서 이들의 삶을 지켜본 여성들 중에도 마르가리틴 공동체에서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요청에 따라 자연스럽게 1886년 설립된 수도회가 프란치스칸 3회에 속하는 성심의 프란치스코수녀회다. 수녀회는 현재 10여 개국에서 회원 500여명이 거리 여성들의 재활사업과 어린이 교육, 병자나 노인들을 위한 복지 등에 헌신하고 있다. 여느 수도회와 달리 수녀회 입회에 나이 제한이 엄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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