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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8. 05발행 [1177호]
 
[영성의 길 수도의 길]-<58> 천주 섭리 수녀회

의료,교육,복지 사도직 통해 하느님 섭리 드러내

   만성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돕는 주거시설 10년째 운영
   최근 화복지활동에도 적극... 이주노동자와 극빈층 도와
   2016년 한국 파견 50년, 분야별로 역할 새로 모색 예정


▲ 천주 섭리 수녀회 한국 성 요셉관구 상징 문양 및 로고. 하느님 섭리를 상징하는 눈을 주제로 형상화했다. 푸른 색은 희망을 드러내고, 색동은 한국관구를 의미한다. 하느님 눈동자 안에는 천주 섭리 수녀회의 여러 나라 관구를 상징하는 세계 지도와 한국관구를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가 각각 들어 있다. 하느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수도공동체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행감각이 점차 없어지는 퇴행성 소뇌 소멸증을 앓는 정순금(데레사, 69)씨는 요즘 구약성경을 필사하느라 여념이 없다. 신약 필사는 이미 마쳤다. 2002년 남편과 사별한 뒤 서울, 강원도 평창 등을 떠돌다가 2년 전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애덕가정'(시설장 정애숙 수녀)에 정착했다. 천주 섭리수녀회 한국 성 요셉관구(관구장 서재숙 수녀)가 운영하는 양로원에 오고 나서야 정씨는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하느님께서 제 삶을 준비해 주시고 이끄셨지 않나 싶어요. 뜻하지 않는 질환과 불면증으로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갈 무렵에 애덕가정을 만났으니까요. 만족스러워요. 생활이나 주변 환경이나 다 좋아요. 더 바랄 게 없어요."

 어르신 15명 중 막내이다 보니 그는 한결 젊어진 느낌이란다. 날마다 번갈아가며 수지침과 치료 레크리에이션, 도예 치료, 네일 아트, 스트레칭, 미술수업, 건강점검 및 발마사지, 미용 등 봉사자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기쁘게 참여한다. 그래선지 늘 감사 기도를 입에 달고 산다.

 대전시 관저동 느리울마을에도 수녀회가 운영하는 시설이 있다. 만성정신질환자(정신장애우)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주거제공시설 '섭리가정'(시설장 이옥자 수녀)이다. 올해 설립 10년째인 섭리가정은 정신분열증을 앓고 나서 사회에 복귀하는 여성 환우들을 돕는 시설로, 지금까지 69명이 사회적응훈련을 거쳐 사회로 나갔다.

 요즘도 섭리가정에선 6명이 재활에 한창이다. 일상생활 훈련에 사회적응 및 활동 지원 교육, 지역사회와의 유대 및 생활 활동, 취업을 위한 맞춤형 직업 준비교육, 체력 관리, 약물 교육 등을 받고 있다.

 3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안에 재활을 마친 여성들은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인근 아파트를 매입, 섭리그룹홈과 섭리행복가정 등 공동생활가정 2곳으로 분가했다. 물론 섭리가정 시설장 이옥자(아가타) 수녀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도움을 받으며 꾸준히 약물치료와 증상관리를 하고 있다.

 이옥자(꽃동네대 겸임교수) 수녀는 "정신과 병동에서 간호학과 학생들 실습을 지도하다가 만나는 환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퇴원해도 갈 곳이 없는 현실을 보면서 우리 교회에서 처음으로 사회복귀시설을 구상해 109.09㎡(33평) 크기 아파트를 빌려 시작했다"며 "이분들을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 안에서 가족으로 모시고 살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고 고백한다.
▲ 애덕가정 시설장 정애숙 수녀가 초복을 맞아 할머니들에게 양로원에서 키운 닭을 잡아 요리한 삼계탕을 돌리고 있다.

▲ 한국관구 본원 옆 섭리 유치원은 천주 섭리 수녀회들이 직접 돌보는 교육사도직 투신의 장이다.

 
 당초 의료ㆍ교육을 주요 사도직으로 삼은 수도회답게 천주 섭리수녀회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회원 20명을 파견, 원목과 간호, 약제, 영양, 정보처리, 경리, 자재 등 병원 업무 전반을 돕고 있다. 인천에선 인하대 대학병원과 나자렛병원, 인천 적십자병원 등 일반 병원에 원목수녀를 1명씩 파견해 환우들을 돌본다.

 교육사도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에 섭리유치원을, 인천시 송월동에 섭리어린이집을 각각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인천 성아유치원, 효명중ㆍ고에도 회원을 파견하고 있다.

 최근엔 시대적 어려움에 함께했던 설립자 빌헬름 엠마누엘 폰 케틀러(1811~1877) 주교 정신에 따라 사회복지활동에도 적극 투신하고 있다.

 본원에선 섭리 나눔의 집(원장 정혜숙 수녀)을 둬 일주일에 한 번씩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극빈자들에게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반찬은 수녀회 후원모임인 섭리가족회 회원들이 사랑으로 봉헌하는 후원금과 은인들의 식료품 후원으로 만들어져 제공한다.

 춘천교구 춘천시립양로원ㆍ요양원ㆍ단기보호센터, 춘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인천 섭리노인복지센터 등을 통해서도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위한 사도직에 열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강원도 인제군에 다물 피정의 집(원장 양옥자 수녀)을 세워 개별ㆍ단체 피정과 위탁ㆍ자체 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19개 본당에 수도자들을 파견해 본당 사목을 돕고 있다.

 저소득층과 생활필수품을 나누는 '희망을 여는 가게' 3호점(담당 김금분 수녀)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체나 후원자들에게서 기탁 받은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을 슈퍼마켓처럼 진열해 두고 지역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 부모 가정, 이혼 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이웃 120여 명이 회원제로 필요한 물품이나 식료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 상설 나눔 매장으로 운영한다. 덧붙여 매주 한 차례씩 회원 가정 중 35가정에 밑반찬을 제공하며 삶을 힘겨워하는 이웃들을 부축한다.

 한국 성 요셉 관구장 서재숙(아우구스티나) 수녀는 "2016년에 한국 파견 50년을 맞는데 지나온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성찰하면서 우리 수녀회 역할을 분야별로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 자신만의 정체성을 살아가는 토대 위에서 우리만의 색깔로 사도직을 실천하면서 그 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한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천주 섭리수녀회 역사와 영성

   "수녀회 정신은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정신이다"(회헌 1852). 천주 섭리수녀회(Sisters of Divine Providence: C.D.P.)의 영성은 이 한 마디에 집약된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 정신을 추구하고, 예수께서 산 것처럼 살며, 하느님 뜻을 준행하고자 힘쓴다. 이 정신 안에서 봉사와 사명을 통해 섭리의 하느님에 대한 증거를 세상에 드러내고, 철저함과 인내심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고자 노력한다.

 이같은 영성으로 살아가는 천주 섭리수녀회 설립자는 '노동자들의 주교' 혹은 '사회 주교'로 불리는 케틀러 주교다. 가톨릭교회 활동을 제한하는 협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쾰른교구 드로스테 대주교가 1837년 프로이센 정부에 체포되는 '쾰른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참된 소명에 대해 고민한 그는 1844년 사제품을 받고 뮌스터 인근 본당 보좌로 부임해 가난하고 병든 주민들을 돌보며 사회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다.
▲ 천주 섭리 수녀회 설립자 케틀러 주교.


 1850년 마인츠교구에서 주교품을 받은 그는 병자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와 교육이야말로 시대적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수도회를 설립한다. 1851년 9월 휜튼에서 설립된 '천주 섭리 교육 간호수녀회'(훗날 천주 섭리 수녀회로 개칭)다. 지원자 4명으로 시작한 공동체는 지역사회에서 헌신적 교육과 의료사도직을 통해 수도회로서 인정받고, 1861년부터 10년간 학교 24곳, 학원 4곳, 직업학교 5곳, 유치원 4곳을 운영하며 성장한다.

 그러나 1872년 독일 정부가 주 정부만이 학교 운영에 관한 통치권을 갖는다는 학교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수녀회는 주요한 공동체 사도직의 장을 잃는다. 이에 수녀회는 1876년 미국에 회원 6명을 파견해 이듬해 피츠버그에 관구를, 1930년에는 세인트루이스에 관구를 설립한다.

 이에 앞서 1925년에는 교구 소속 수도회에서 교황청 직속 수도회로 전환한다. 현재 독일과 미국, 한국, 페루,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 등 6개국에서 회원 679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1966년 미국과 독일에서 베로스키 수녀와 알버트 수녀, 나르시사 수녀가 파견돼 서울에 첫 공동체를 마련한다. 1968년 인천에 건물을 마련하고 1971년 인천시립병원에 간호 수녀를 파견함으로써 사도직을 시작한다. 1975년 한국 공동체가 지부로 승격하고 1985년 한국지부 본원을 수원으로 이전한다. 이어 1995년 성 요셉관구로 승격한다. 회원은 지난해 말 현재 종신서원자 127명, 유기서원자 5명, 청원자 1명, 지원자 1명 등 모두 136명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성소모임
   ▲ 매달 둘째 주일 오후 2시 한국관구 본원(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 및 분원 모임(일정은 지역별로 다름)
문의 : 031-227-3633(담당 김향순 아기 예수의 데레사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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